예술 계약과 예술가의 권리 - 토론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예술 실천들 - 비물질적인 예술 실천과 그것이 미술이론과 미술시장에 미친 모순적 영향
박찬응:
당신은 공산주의와 자유시장 체제 즉, 두 가지 서로 상이한 컨텍스트에서의 검열제도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요. 혹시 이 두 검열제도의 차이점과 왜 공산주의 시대일 때 보다 현재 자본주의 체제에서 검열이 더 심도 깊은지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이바 코바치:
일단 유고슬라비아의 온건한 공산주의 체제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유고슬라비아는 서구세계를 향해 어느 정도 열려있었고 구 동유럽 공산권 동맹에 속하지 않은 비동맹 국가였습니다. 따라서 이 국가 체제는 구 소련 (USSR)과 북한과 같은 국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었죠. 검열제도가 모든 예술가들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공산주의 체제에서 당신이 정부의 관심의 영역 밖에 있는 한 검열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과 동일하게 자본주의 체제에서도 시장에 포함되지 않은 예술가들은 검열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누군가 실제로 당신이 하는 일에 주위를 기울이는 위치에 당신이 도달했다면, 그리고 그 누군가가 힘을 가진 위치에 있다면 그것이 정부이든 자본이든 간에 그것에 의해 검열을 받을 위험성이 있는 것입니다.
엘비스 크르스툴로비치:
위의 답변에 조금 더 덧붙이고 싶은데, 제가 말씀 드렸던 예술가 믈라덴 스틸리노비치 Mladen Stilinovic*의 스테이트먼트를 보면 제가 생각하기에 그는 유고슬라비아의 공산주의 체제와 자유시장 체제의 일반적인 차이점을 비교했던 것이지, 현재 크로아티아의 일시적인 지역적 상황과 비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로 그는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로서 경험하였기 때문에, 그런 경험에 기반에 둔 관점에서 말했던 것 같습니다.
유고슬라비아의 체제를 고찰할 때 중요한 한가지를 덧붙이자면 그것은 미술의 형태입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유고슬라비아의 미술은 공산주의 체제에 관해 당신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주의적 리얼리즘과 같은 형식의 그런 미술이 아닙니다. 물론 사회주의적 리얼리즘 형식의 공공 조각이 특히 1948 전까지 존재했지만, 그 이후에는 국가로부터 커미션을 받아 제작된 조각품 조차도 추상적이거나 반 추상적인 형태의 모더니즘적 양식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어떤 경우이든 가장 중요하게 논의 되는 것은 사적 자금을 사용하느냐 혹은 공공 자금을 사용하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사적 자금은 대부분의 경우 공공연하게 돈을 제공한 주체를 위하여 사용 되어지는 반면, 예를 들어 공적 공간과 같은 공적 자금은 적어도 명분상으로는 폭 넓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합니다. 이 공간은 여전히 토론을 위해 열려있습니다. 그것은 경제적 검열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 예술가가 그것에 대해 무엇을 생각했었느냐에 달려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최고은:
'예술 계약과 예술가의 권리'에 대한 발표를 보고 난 후 시나리오 작가로서 제가 느낀 점은 계약서에 포함된 조항들이 정작 예술가를 보호하지 않고 규칙을 정의 내리고 예술가들이 작품을 창작할 때 지켜야 할 틀을 만드는 것 같아요. 이런 방식으로 예술가들의 창작능력이 제안을 받게 되죠. 저도 제 시나리오를 많은 회사에다 보내곤 하는데 보내는 회사마다 거절했어요. 그 이유가 계약서에 있는 가이드 라인을 따라 시나리오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그것이 어떻게 정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해 그들에게 물었을 때, 그들은 시나리오가 가이드 라인을 따르지 않는 한 내가 그들에게 몇 번 작업을 보내던 간에 그것을 보지 않을 거라고 했죠. 그래서 제가 하고자 하는 질문은 이런 계약서들이 과연 실제로 예술가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인지, 아니면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방해 하는 것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또 한가지 질문이 있는 데요, 이런 계약서들이 예술가들이 따라야 할 가이드 라인을 만들거나 규정하는 대신 정말로 예술가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가능할 까요?
이바 코바치:
지금 제가 당신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요. 당신이 일을 지원하려고 이력서를 쓸 때 거기에 맞는 형태로 쓰지 않아서 회사에서 떨어진 건가요?
최고은:
제 시나리오의 내용이 계약서의 있는 가이드 라인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떨어진 거죠. 그래서 제가 하고자 했던 질문은 이 계약서가 과연 예술가들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이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는 많은 규정과 제한 때문에 창작에 지장을 받는 것인지에 대한 거에요.
이바 코바치:
우리가 얘기했던 계약서들은 예술가들이나 예술가의 이익, 즉 이 경우에 금전적 이익에 매우 관심을 가졌던 미술품 상인에 의해 고안된 것이죠. 그러나 이 계약서들은 실제로 예술가들을 위해 고안된 것이죠. 그래서 당신이 했던 질문은 저희가 말했던 주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네요. 계약서가 만들어진 이유는 예술품을 유통하는데 필요한 시스템이 규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고, 혹은 그것이 규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예를 들어 아까 당신이 말씀 하셨던 회사와 같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규제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규정되었기 때문이죠.
엘비스 크르스툴로비치:
제가 언급했던 계약서들을 이상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계약서들은 대부분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이미 성공한 예술가들에 한에서 적용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예술가로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아니고요. (웃음) 하지만 다니엘 뷰랭 Daniel Buren이 계약서를 만들었을 때는 그의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았고, 그가 그의 작품을 팔기 시작하기 이전 몇 년 동안은 그 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이 경우는 이미 자신의 작품이 유통되어 시장에서 기능하는 예술가들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힘을 가진 위치에 있지 않으면 이 계약서는 물론 당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죠.
이바 코바치:
일반적으로 갤러리들은 그들 자신의 계약서를 작성하여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런 계약서에는 예술가의 이익이 반영되어 있지 않죠. 특정 갤러리의 이름을 말할 수는 없지만 크로아티아에 있는 상당수의 갤러리는 판매된 예술품 가격의 50퍼센트를 갤러리의 몫으로 가져간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기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예술품을 갤러리의 도움 없이 지인을 통해서 혹은 다른 방식으로 팔았을 경우에도 판매된 예술품 가격에 대한 명기된 퍼센트를 갤러리에 지불해야 합니다. 사실상 계약서에 따르면 갤러리가 당신의 모든 작품을 팔아야 하는 의무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근본적으로 당신은 갤러리에게 의무적으로 구속되어 있지만 갤러리는 당신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구속되는 것이 아니죠. 왜냐하면 갤러리가 항상 성공적인 것이 아니고, 종종 그들이 많이 팔지 못 하거나 전혀 팔지 못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갤러리들은 계약서를 통해 위험부담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당신만의 계약서를 가지고 있다면 굉장히 유익하겠죠. 물론 갤러리가 실제로 그 계약서에 서명을 할 만한 위치에 당신이 올라가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요. 영화 산업에 관해선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말씀 드릴 수가 없습니다.
제프 로저스:
사진 작가로서 말씀을 드리자면 요즘에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조금 웃긴 것 같아요. 요즘에 많은 것이 '흘러가는 대로 두자' 이고, 그래서 그만큼 예술 작품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죠. 사진 이미지가 온라인에 확산되고 있고 당신은 그 사진 작품을 더 이상 보호할 수 없습니다. 저는 작품의 상품적 가치보다는 공개하고 전시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 지요?
엘비스 크르스툴로비치:
일반적으로 디지털 콘텐츠에 관한 문제에 접근하는 다양한 전략과 방식이 있습니다. 프리 소프트웨어 이니셔티브 (Free Software Initiative)나 GNU라이센스 (GNU licenses) 그리고 파일 공유 커뮤니티들 (file sharing communities)이 그런 것이죠. GNU 라이센스와 파일 공유를 혼동하지 않으면서 이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작가의 죽음'이라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작가를 '자기충족적인' 개별 주체로 보지 않고 문화를 작가로 여깁니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실제로 우리가 많은 것을 문화로부터 물려받았기 때문에 각자의 작업을 공개하여 문화로 다시 되돌려주자는 거죠. 그것이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 사진 혹은 비디오이든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논리를 따르다 보면 물질적 요구를 어떻게 충족시키느냐는 문제가 남게 되죠. 의심의 여지 없이 문화를 공유의 실천으로 정의하는 것은 매우 낭만적이지만, 이것이 전문적인 내용을 창조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요구를 해결하지는 못 합니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보호하기 위해 타인들에 의해 그것이 사용되는 것을 기술적으로 제한하기도 하죠. 즉, 해상도가 낮거나 저화질의 이미지와 비디오만을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완벽한 고화질의 이미지나 비디오를 원하는 사람은 그것을 구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에 대응하여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권리를 얻고자 쉽게 고화질의 것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서 흥미로운 것은 이론상으로 예술적 천재성이나 저작권의 의미를 폐기하려 했던 예술가 세대가 예술가로서 수입을 창출하는 다른 모델을 구축하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자신의 저작권의 소유에 대해 독점적이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