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운기 인터뷰
대안공간 '스페이스 빔'과 인천 바더리의 국제레지던시 프로그램 디렉터.
엘비스 크르스툴로비치:
당신은 예술이나 예술과 관련된 활동 이외에 어떠한 활동을 하십니까? 저희에게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민운기:
최근이랄 수 있는 지난 해의 활동을 소개하자면, 당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무원 인력 축소 방침을 각 지자체에 내려보냈습니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각종 개발사업이나 도시 홍보 프로젝트 사업에 할당한 공무원 수를 줄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엉뚱하게도 공공도서관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려고 하여 여러 활동가들 및 시민단체들과 힘을 합하여 항의에 나섰습니다. 왜냐하면 도서관은 시민들의 기본권과 연관되어 그 무엇보다도 공공성과 전문성이 우선시되는데, 이를 민간에 떠맡기게 되면 수익 쪽에 우선을 두어 그 피해가 시민들에게 돌아올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공공도서관의 중요성을 시정부에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 외 노후화되어 철거된 옛 시민회관 부지에 더 높은 빌딩을 올리려는 것을 막고 도심 속 공원으로 만들도록 한 일도 있었고요.
이바 코바치:
당신은 당신이 이곳 배다리의 뉴타운 건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까?
민운기:
쉽지 않겠지만 도시개발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깨닫도록 하여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게끔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이바 코바치:
어떻게 시정부가 이 지역의 역사적 중요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있죠?
민운기:
그들은 역사 문화의 가치보다는 개발이익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엘비스 크르스툴로비치:
사회에 중요한 이러한 지역이 현재 어떻게 보존될 수 있습니까?
민운기: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주민분들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개발이 되면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가격보다 훨씬 높아져 보상비만을 가지고 재입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재정착율은 20 %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해도 인천 전역에 걸쳐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어 이 또한 여의치 않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현재의 조건에서 조금씩 개선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바 코바치:
우리는 건축물 보존의 중요성, 역사와 삶의 공간의 질에 대해 많이 들었습니다.
민운기:
저는 모든 걸 부수고 새롭게 짓는 것보다는 현재의 건축물 내지는 공간을 잘 들여다보고 살릴 것은 살리고 보수할 것은 하고, 새로 지을 것은 짓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할 때 역사 문화적 가치는 물론 주민들이 지닌 삶의 지속성 또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엘비스 크르스툴로비치:
그렇다면 정부가 실제로 그런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때 당신은 그 프로젝트의 중대할 결과에 대해 주민들이 깨닫게 하도록 노력하십니까?
민운기:
나름대로 노력하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이바 코바치:
어떻게 합니까?
민운기:
개발과 관련해서는 그 분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고, 적절한 자리가 되면 그런 이야기를 끄집어 냅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문화 행사나 활동을 통해 이 동네가 살만한 곳이구나, 라는 생각을 지닐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민운기:
해당 지역이 재개발 된 후 본래 거주자들 중 20 % 만이 남을 수 있고, 나머지 80 %는 그곳을 떠나야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이해합니까?
엘비스 크르스툴로비치:
재개발 과정에서 공공미술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예술가들의 책임은 무엇인가요?
민운기:
그 부분에 관해서 저는 예민합니다. 사실 제대로 된 예술가 내지는 예술활동이라면 이렇게 주민들의 삶의 위기를 초래하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지닌 문제의 본질을 깨닫고 예술적 대응을 해내가야 하는데, 오히려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이를 자처하는 모습이 현재 인천의 상황입니다. 저는 공공미술이 또 하나의 장르로 이야기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공공미술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보다 예술 관련 주체들 또한 바람직한 도시상에 대한 밑그림을 함께 만들고 구체화시켜 나가는 과정 속에서 그때 그때의 상황에 적절한 예술적 실천을 도모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바 코바치:
한국 대안 공간에서의 예술 생산과 상업적 갤러리에서의 예술 생산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민운기:
한국에서의 대안 공간들도 성격이 달라서 저희 스페이스 빔의 이야기를 하자면 예술가들의 유명세나 작품 값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가 관심을 두는 지점은 예술가들과 지역 커뮤니티를 연결시키는 고리와 같은 기능을 하거나 그 간극을 메우도록 예술가들을 돕는 것입니다.
엘비스 크르스툴로비치:
그것이 바로 대안 공간의 역할이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민운기: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역할들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